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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란 무엇인가, 한비자를 보며 배우기

by makecompetitivepeople 2025. 11. 21.

법가를 집대성한 한나라의 왕족 한비자 (BC218 추정)

 

한비자는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의 대표 사상가로, 인간 본성을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로 전제하고 그에 맞춘 통치 전략을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정치란 인간을 믿고 따르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감시와 제도를 통해 통제하는 현실주의입니다. 오늘날 ‘신뢰의 붕괴’와 ‘공정성의 위기’라는 문제를 마주한 사회에서, 한비자의 민심 통제 철학은 다소 냉정하면서도 뼈 있는 현실 해석을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비자의 핵심 사상을 기반으로, 불신이 만연한 시대에 민심을 다루는 법을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봅니다.

인간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전제

한비자의 정치철학은 철저히 인간 불신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는 "백성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고 보았고, 지도자는 개인적 선의에 기대지 말고 제도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인간의 도덕성을 신뢰하지 말라는 그의 근본 전제입니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이든 정부든 개인의 ‘도덕성’이나 ‘양심’만으로 유지되긴 어렵습니다. 규칙이 없거나, 있어도 느슨하면 내부 부정이나 혼란이 발생합니다. 한비자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어라", "사람이 아닌 법이 통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비자의 이러한 사상은 정(情)이 아닌 법(法)과 권(權) 중심의 통치 원칙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변덕스럽고, 사적인 감정에 흔들리기 때문에, 제도를 통해 욕망을 통제하고 명확한 책임 체계를 구성해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감성적 통치보다는 구조적 통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불신이 팽배한 사회일수록 더욱 적합한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법’과 ‘술’로 통제하라

한비자의 통치론은 '법(法)', '술(術)', '세(勢)' 세 가지 개념에 기반합니다. 이 중 ‘법’과 ‘술’은 백성 혹은 부하를 다루는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 법(法):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규칙 - 술(術): 지도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치 기술과 심리 전략 한비자는 지도자가 단순히 규칙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규칙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술’의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운영 방식이 불공정하거나 정보가 왜곡되면 백성은 그 제도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한비자는 투명성과 감시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지도자는 드러나지 않게 백성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한비자식 통치는 현대의 조직 관리에도 통용될 수 있습니다. 리더는 감정에 치우친 신뢰보다, 성과 기반의 평가 시스템과 객관적 기준에 따른 보상 체계를 통해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불신이 퍼진 환경일수록, 지도자의 개인적 신뢰보다 제도적 통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한비자의 시각입니다.

권위는 감정이 아닌 구조에서 온다

한비자는 ‘권위’란 지도자의 성격이나 품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직위와 제도적 장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지도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무너뜨릴 수 없는 구조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적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한비자의 철학은, 개인을 대신할 수 있는 통치 프레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를 통해 백성은 지도자를 통해 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법 그 자체를 따르게 된다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또한, 권위가 유지되기 위해선 지도자도 법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지도자가 법을 무시하는 순간, 백성은 통치를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며 불신은 더 깊어집니다. 따라서 한비자의 방식은 철저히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통치’, 즉 냉정한 관리와 구조 설계를 통한 신뢰 확보입니다. 2024년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불공정 이슈와 불투명한 권력 사용은 민심을 잃게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이때 필요한 건 감정적 해명이나 사과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과 감시 시스템 확립입니다. 이는 한비자가 강조한 '권위의 제도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마치며

한비자의 민심 통제법은 차가운 현실을 전제로 한 철저한 구조 설계 철학입니다. 불신의 시대, 민심을 얻기 위한 감정적 접근은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신뢰는 법과 제도, 공정한 운영 시스템 속에서 서서히 형성됩니다. 한비자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백성을 다스리려면, 사람을 믿지 말고 법을 세워라.”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통치 전략이자 리더십 원칙입니다.